45년 만의 한국 배구 올림픽 메달의 꿈을 향해 달려왔던 김연경이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0-3으로 패배했습니다. 김연경은 이날도 11점으로 팀에서 최다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세르비아의 벽을 넘지 못하며 이날 경기는 김연경의 올림픽 마지막 경기로 기록됐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쏟아 내며 서로 부둥켜안았습니다. 언제나 강한 모습을 보였던 김연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연경과 다른 선수들
김희진은 김연경, 양효진과 함께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 올림픽에 2020 도쿄까지 3회 연속 올림픽의 무대를 밟은 여자 배구의 핵심자원입니다.
김희진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었다고 합니다. 김연경과 쌍포로 알려진 김희진의 부진이 마음 아프고, 비난을 한 사람도 있을텐데요. 경기를 봐도 김희진의 부진한 모습이 눈에 보이셨을 겁니다. 하지만 김희진의 부진은 사실 이유가 있었는데요.
사실 김희진의 몸 상태는 경기에 뛸 수 없는 몸 상태였다고 합니다. 경기가 없을 때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김희진은 사실 이번 도쿄 올림픽 대회 직전에 무릎 수술을 받아 부상을 달고 경기에 뛰었습니다. 모든 경기가 끝난 후 그녀는 "무릎의 통증을 수치로 표현하기 힘들다. 경기가 없을 때는 걷기도 힘들다"라고 밝히며 자신의 몸이 만신창이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위해 희생하여 4위라는 값진 결과를 손에 넣었습니다.
김연경과 여자배구팀의 감독 라바리니
대한 배구 협회가 도쿄 올림픽 4위의 기록으로 팀을 이끈 라바리니 감독에게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까지 계약 연장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 재계약 제안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 전이었는데요.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 회장은 "라바리니 감독은 세계 배구 흐름을 잘 알고, 기존의 한국 지도자들과는 달리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고, 오랜 해외리그 경험으로 상대팀 전력 분석능력에도 탁월했다."라고 밝히며 계약 연장 제안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라바리니 감독은 "올림픽이 끝나고 이탈리아로 돌아가 가족들과 상의한 후 결정하겠다. 어머니가 연로하셔서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라고 밝혀 아직 재계약이 확정된 상황은 아닙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그 누구보다 경기장으로 뛰쳐나가 선수들과 부둥켜 안고 승리의 기쁨을 누린 라바리니 감독인데요. 내년 아시안 게임에도 얼굴을 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연경의 기록
김연경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그러나 이번 대회 포지션별 최고 선수로 구성된 '드림팀'에는 선발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김연경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득점 2위를 차지하고 오지영 선수가 1위를 차지한 부문도 있습니다.
김연경은 8일 끝난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부문별 랭킹에서 총 136득점으로 득점 2위에 올랐고, 리베로 오지영은 세트당 평균 3.10개의 디그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부문별 최고 선수에 오른 한국 선수는 오지영이 유일합니다.
수비에서도 김연경은 디그 4위(세트당 평균 2.77개), 리시브 9위(성공률 57.14%)로 톱1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연경은 자신의 첫 올림픽인 2012 런던 대회에서는 득점왕(207점)과 MVP를 차지한 경험이 있습니다. 4위 팀에서 MVP가 탄생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MVP는 득점 기술 이외에도 리시브, 디그 등의 비득점 기술(non-scoring skill) 및 팀 기여도 등을 감안해 대회조직위원회가 선정하는 것입니다.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인 도쿄 대회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제치고 득점 2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다른 포지션은 모두 금메달을 딴 미국, 은메달을 획득한 브라질 선수들입니다. 최고 레프트(아웃사이드 히터) 2명은 라슨과 미셸 바르치-해클리(미국), 최고 센터(미들블로커)는 할레이 워싱턴(미국)과 카롤리네 드 올리베이라 사드 가타스(브라질)가 뽑혔습니다.
김연경 눈물의 은퇴
경기가 끝나고 멍한 표정으로 믹스트존을 걸어오던 김연경은 걸음을 멈췄습니다. 평소에 씩씩하게 걸어오다 앞의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즐겁게 기다려 주던 김연경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배구의 ‘살아 있는 전설’은 평소와 다르게 눈물을 글썽였고 목소리에는 힘이 잔뜩 빠져 있었습니다.
김연경은 만 17세이던 2005년 태극마크를 처음 단 이후 이날까지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세계적인 스타로 한국 배구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비인기 종목이자 세계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 여자 배구는 김연경의 활약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4강,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에 이어 이번 올림픽도 전력 이상의 실력으로 4강까지 진출했습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돋도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선수이자 인간성까지 갖춘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했을 정도입니다.
"국가대표는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울먹이며 김연경이 말했습니다. 항상 파이팅한 모습만 보여주던 김연경이 경기 후 인터뷰에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쉬고 싶은 생각이 크다. 일상생활을 하고 싶다. 준비를 많이 한 올림픽이다. 이렇게 까지 준비하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협회와 이야기해봐야겠지만 국가대표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일것 같다"라고 인터뷰했습니다.
김연경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올 수 있어서 기분 좋고 경기에 후회가 없다”면서 “많은 관심 속에서 이번 대회를 치렀기 때문에 즐겁게 배구했고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국가대표 주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내려놓은 김연경은 향후 계획에 대해 “쉬고 싶은 생각이 크고 밖에 나가서 밥 먹고 가족들 만나고 그냥 소소한 걸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국가대표의 의미’에 대해 “무거우면 무겁다고 생각하고 큰 자부심이기도 했고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답한 김연경은 “후배들이 여기까지 끌어올렸던 여자 배구를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이어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비록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여자배구팀의 보여준 노력과 헌신은 메달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여자배구 선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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